
브룩클린 브라더스 – 뻔하고 뻔한 영화지만, 이 영화 참 괜찮다
제작 및 출연진(Production & Casting)
감독 : 라이언 오넌(Ryan O’Nan)
각본 : 라이언 오넌(Ryan O’Nan)
제작 : 제이슨 마이클 버만(Jason Michael Berman), 퀘시 콜리슨(Kwesi Collisson)
주연 : 라이언 오넌(Ryan O’Nan), 마이클 웨스턴(Michaek Weston), 아리엘 케벨(Arielle Kebbel)
줄거리(Synopsis)
공연 시작 전 여자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 받은 싱어송라이터 알렉스(라이언 오넌)는 공연이 끝난 뒤에는 우울하고 부정적인 음악을 이유로 밴드 해체를 통보받고, 다음날 회사에 지각한 알렉스는 직장에서조차 해고 당한다. 한껏 우울해져있던 알렉스에게 갑자기 같은 싱어송라이터인 짐(마이클 웨스턴)이 알렉스의 음악이 마음에 든다며 같이 밴드를 결성해 밴드 투어를 하며 밴드 경연에 참가하자는 제안을 한다. 그리고 그들의 음악을 좋아하던 공연장 메니저 케이시(아리엘 케벨)가 밴드 메니저를 자처하며 그들의 밴드 투어에 동참하게 된다. 무언가 결핍되어져있는 세 사람의 동행은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후기(Review)
화려한 나비가 되기 위해 누에 꼬치 안으로 들어가지만 막상 세상 밖으로 나와보니 모두가 싫어하는 나방이 되었다. 심지어 나방은 앞이 보이지 않아 멈추지않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이 영화는 바로 이런 나방에 관한 이야기다. 찌질한 싱어송라이터 알렉스와 못지않게 찌질한 음악가 짐, 이 두명의 음악가가 우연히 만나고 밴드를 결성하고 밴드배틀 참가를 위해 길을 나선다. 그리고 그 길위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그들이 겪게되는 몇가지 사건들. 이것이 이영화의 전부이다. 영화는 누가봐도 뻔한 사건 전개을 펼치며 누구라도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로 움직인다. 그야말로 뻔한 이야기의 영화인셈이다. 그럼에도 이영화, 괜찮다. 몹시도.
이 영화가 괜찮은 첫번째 이유는, ‘음악’이 있기 때문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KT&G 상상마당시네마 음악영화제에 소개되었던 이 영화는 ‘음악’ 영화다. 그만큼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사회적으로 관계를 맺기 힘든, 성격적 결함을 가진 두 음악가가 우정을 나누는 매체도 음악이고,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게 되는 과정도 음악을 통해서다. 그렇기때문에 무조건 음악이 좋아야한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음악이 참 좋다.
우연치않게, 그리고 갑자기 밴드를 결성하고 길을 떠나게되는 알렉스와 짐에게는 음악적으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알렉스는 싱어송라이터인데 그의 음악이 너무 우울하다는 이유로 여러 밴드에서 퇴출당하고, 그로인해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진 상태다. 짐은 작곡을 못한다. 그러니깐 알렉스는 멜로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고, 짐은 리듬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니깐 멜로디와 리듬이 만나 하나의 곡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들이 함께 음악을 하는 과정은 이렇다. 짐이 먼저 하나의 비트를 반복해서 연주하면 알렉스가 그 위에 멜로디를 붙이고, 다시 짐이 각종 펑크션과 코러스로 리듬을 덧입힌다.
실제 이러한 과정으로 음악이 완성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차치하고 이렇게 서로 잘 할 수 있는 부분과 못하는 부분을 보태가며 둘은 음악을 하고 우정을 나눈다. 알렉스의 우울한 음악은(사실 난 우울하다고 느껴지진 않았지만) 짐의 리듬을 만나 그 우울함을 벗겨낼 수 있게되는 것이다.
이영화가 괜찮은 두번째 이유는, 대사가 참 ‘찰’지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그렇게 특별한 대사도 아니다. 처음에 언급한, 불나방에 관한 이야기도 그렇고 알렉스가 그의 조카 잭슨과 괴물,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대사들도 다시 곱씹어보면 어느 영화, 혹은 책에서 한두번쯤은 듣고 읽었을 법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대사들이 참 찰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막없이 대사를 이해하기에 내 영어실력이 무척이나 비루하기 때문에 번역이 되는 과정에서 얼마만큼 의역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소 어수선하고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 가슴이 먹먹해져옴이 느껴진다. 특히 짐이 자신이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은 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영화의 가장 좋은, 그리고 영화를 함축적으로 가장 잘 표현한 장면이었다.
이영화가 괜찮은 세번째 이유는, ‘단점을 극복하려고하지 않는 점’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처음 보이는 건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있는 알렉스의 슬픈 눈빛과 그의 기타케이스다. 기타 케이스에는 알렉스 자신이 써놓은 듯한 ‘I’m gonna Rock your world!!’라는 문구가 적혀있지만 이문구는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어져있고 그 밑에 ‘Alex is a Pussy!!’라는 조롱 섞인 붉은 색 낙서가 보인다. 그리고 알렉스는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하고 그런 알렉스를 바라보단 객석의 한남자는 술에 취해 비틀거리다 괴롭다는 듯이 뛰쳐나간다. 그가 바로 짐이다.
알렉스는 기타 케이스의 그 낙서가 아주 오래전, 어렸을 때 누군가가 장난친거라고 설명한다. 알렉스는 그 낙서를 왜 지우지 않았을까. 누군가의 조롱에 무관심하거나 스스로 그 조롱을 반박할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깐 알렉스 스스로도 패배의식에 사로잡혀있는 것이다. 스스로 찌질한 루저임을 부정하지 않는 이 두 남자가 끝까지 그것을 부정하거나 극복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극복’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인정’에 관한 영화이다. 이 두 남자는 스스로의 처지를 받아들임으로서 상처를 치유해나가게 된다.
그러니깐 나같은 찌질한 루저, 어쩌면 나보다 더 찌질한 루저인 서로를 바라보고 겪어가면서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비로서 당당해져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극본과 감독, 작곡에까지 참여한 주연 배우, 알렉스 역의 라이언 오넌은 흔하고 흔한 스토리의 영화를 약간 다르게 표현함으로서 흔하지 않은 영화로 만들어 놓았다.
평일이었지만 퇴근 후 서둘러 도착한 필름포럼. 전철을 반대로 타버리는 바보같은 짓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행히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영화를 보고 다시 먼길을 돌아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조금 슬퍼졌다. 이런 영화를 서울 시내 단 곳, 한 관에서만 상영하다니. 플랜맨이나 타잔보다 이영화가 부족한 것이라면 유명한 배우와 감독 뿐인데 말이다.
이름없는 배우와 이름없는 감독의 영화, 그리고 깐느, 베를린, 베니스에서 수상하지 못한 영화라면 그 영화 자체와는 상관없이 상영조차 힘든 현실이 나는 조금 슬펐다. 우리나라 배급사와 마케터들은 좀 더 분발해야한다. 그저 어떤 유명 배우, 감독, 수상이력만을 앞세워 손쉽게 마케팅할 생각만하지말고 그것과는 상관없이 좋은 영화를 찾아서 배급하고 마케팅하여 흥행시키는 것이 진짜 배급사와 마케터들이 해야할일이 아닐까. 라는 투정 섞인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