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의 해변에서 혼자 – 홍상수 감독의 진지한 궁서체 이야기
제작 및 출연진(Production & Casting)
감독 : 홍상수
극본 : 홍상수
주연 : 김민희, 서영화, 권해효, 정재영
줄거리(Synopsis)
여배우인 영희는 유부남과의 만남이 주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모든 걸 다 포기한 채 외국 어느 도시로 떠나온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순수한 감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 여겼다. 유부남 애인은 영희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했지만 영희는 그가 오지 않을 거 라고 생각한다. 지인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해변으로 놀러 간 영희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은 선배에게 묻는다.
“그 사람도 나처럼 지금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한국의 강릉. 영희는 지인 몇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가 그들을 놀라게 하고 싶어 초연한척, 거친 척 연기하는데 인기가 좋다. 혼자 남은 영희는 해변으로 놀러가고, 해변은 맘 속의 것들이 생생하게 현현하는 곳이다. 그리고 안개처럼 사라지는 곳이다. 사랑은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 이어야 할까? 영희는 정말 알고 싶다.
후기(Review)
영화를 보기 전에 최대한 현실과 분리해서 보자고 다짐하며 상영관에 들어섰다. 홍상수 감독 영화를 시네큐브 2관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그것마저도 왠지 현실의 그것 때문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왠지 시네큐브가 얄밉게 느껴졌다. 영화가 시작되었고 처음 보는 명조체의 타이틀이 등장하자 나는 ‘아 이건 굳이 분리할 필요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시작부터 “나 지금 진지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이전의 홍상수 감독 영화들이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너희는 너희 맘대로 생각해.’라고 이야기 했다면 이번 영화는 ‘내 생각을 좀 알아줄래?’ 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도 나의 느낌적인 느낌일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이 영화는 자기 변명을 위한 영화라기 보다는 자신의 연인인 ‘민희’를 위해 만든 영화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아무튼, 홍감독님 영화는 여전히 흥미진진했고 김민희 배우는 어느 작품보다 매력적이었다. 영희가 담배를 태울 때마다 함께 담배를 태우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남자들은 다 병신’이라고 이야기하는 그녀가 나는 좀 애처로웠다.